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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여행일지 및 생각

by Loonsoo 2024. 12. 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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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뭐 별로 길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은 금방 읽을 책이지만 -이 순간에도 남들과 비교하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읽는 내내 나오는 환자들의 사연과 행동 그리고 경험이 나와 비슷한 것을 많이 느껴서 위로를 받았고, 다른곳에서는 받아본 적이 없었던 내 상황과 생각에대한 공감을 받았다.

 처음으로 나의 불안정한 심리상태, 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하는것 그리고 가족에게 조차 내 자신을 드러낼 줄 모르는 나를 걱정하게 된건 우연히 ‘부부의 세계’ 라는 드라마를 보게되면서 였다. 아는사람은 알테지만 그 드라마는 영국?의 원작을 한국에서 리메이크 한 드라마 이고 한소희라는 배우가 엄청나게? 인기를 얻게된 드라마다. 말도 안되는 외도와 그 복수?를 그린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게 된 이유는 남편의 외도를 겪게되는 여주인공과 외도의 주인공 남편 사이의 아들 때문이었다.

 내가 그 아들같아서? 맞다. 그치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한가지 중요한 요소를 빼먹는것 같다. 부부의 갈등으로 인해 이혼 절차가 진행되고 여러 대화와 상황이 벌어지는 그 혼란속에서 주인공은 부부 두 사람뿐이라고 생각되고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보고 관심가져야 할 또 하나의 주인공은 자식이다. 아직 정서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망망대해 위의 가라앉는 부모님 이라는 커다란 배에서 구조장치 없이 혼자 도망치고 울고, 누구도 도움주지 않는 그런 상황을 겪고 있는 자녀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부부(부모) 역시 자신들의 잘잘못과 실익을 따지는 상황에서 자식의 감정과 정서까지 보살피기에는 너무나 큰 무리가 있어보인다. 그들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말싸움, 기싸움, 전략 그리고 살기가 매순간 드리워져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나는 아빠가 집에 들어올까 언제나 가슴졸였고 진짜로 나타날 때면 화를내고 공격적으로 말하며 그를 힐난하게 비난하고 물어뜯었다. 하지만 그때의 내가 그렇게 상처받고 수십년이 지나서까지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무지했기 때문일까..
나라는 사람은 건강하고 올바르고 문제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 드라마의 아들을 보는 순간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나는 부모님 사이에서 거짓말을 전달하며 생활비를 구걸하고, 부모에게 서로의 위치와 생각 그리고 전략을 옅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어두운 오작교 또는 사후 큐피트의 역할을 했다.

 그때의 나는 많이 불안했다. 돈이 없어서 생활비를 달라고 매번 전화를 해야했고,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아쉬운소리, 상대방 욕 그리고 역정은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고 나를 아무런 가치 없고 너무나도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아버지에게 전화하는 일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었다. 그렇게 내 통장으로 들어온 생활비는 어쩌다 수백 수천만원이 되어도 누구의 간섭을 받지않고 그대로 내가 썼다. 의미있는 곳에 쓰이는 일은 전무했다. 돈이 생기면 쓰기 바빴고 일부는 또 엄마를 주기도 했고.. 그래서일까 지금도 생활비를 저축하고 계획적으로 사용하는데에 어렴움을 겪고 있다. 이걸 핑계삼아 위안을 삼으려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가 지금 그렇고 어릴때의 상황으로 인해 나에게 잘못된 습관이 길러져서 고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나의 문제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돈을 쓰고싶은 욕구가 들 때에 계획없이 돈을 쓰고 낭비하게 되는 이유를 알기 때문에 그 문제가 되는 스위치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났기때문에 이제는 그 습관을 버리고 잘 살고싶다.
-사실 나의 경험, 안좋은 습관, 정신과에 다니며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ADHD를 가진 모습 그리고 복잡한 나를 고백해야 하는건지, 양해를 구해야 하는건가 라는 고민도 든다. 알리긴 해야겠지만 고치고싶고 노력중인데 이런 나를 알고서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떠나는 것은 아닌지 무서워서 겁이난다. 떠난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 내가 정신적으로 아픈사람 처럼 보여져서 더 그런것 같다. 이건 아직 극복할 방법을 찾지 못한것 같다. 아마도 부딫히는게 답이겠지-

 여기서 나는 이혼한 부부의 자식 이야기만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이 건강하고 올바르며,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건강하다고 인지하며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고, 어른이 되어도 고쳐지지 않는 문제점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어릴때 상처받고 제대로 성장을 이루지 못한 정서와 성격 때문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위에서는 갑자기 소비 습관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렇게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을 나는 교육받지 못했고 멍청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다른 상처로는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받았던 창피함과 놀림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에게 내 자신이 좋아하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고 속내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어릴적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또는 어떠한 노래를 좋아할때 그리고 어떤 옷을 마음에 들어할 때 등등 내가 기억하는 모든 순간에 나는 놀림받을까 걱정했고 좋아하는것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그런것이 생길 때면 나를 항상 놀렸기 때문이다. 나를 웃음거리로 만든다는 감정을 느꼈고 부끄러웠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다. 이 일은 성인이 된 이후에 내가 남방을 하나 사왔을때 처음으로 왜 놀리고 웃는지 화를 내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감정을 표출한 이후로는 어머니도 더이상 그런 놀림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어려서부터 단련된 내면 감추기는 진행된지 오래였기 때문에 나를 놀리고 부끄럽게 만들었던 어머니에 대한 원망만이 남았다.

 또 하나, 나는 성인이 되어도 집에 친구를 데려오던가 집안을 보여주고 나의 모든것을 자신있게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냈다. 저 깊은곳에 초등학교 2학년 또는 3학년 어린시절에 일어났던 일이다. 아무런 상처없던 순수한 어린시절 친구를 집에 데려와서 논 적이 있다. 당연히 우리집은 군인 아파트였기 때문에 좋았을리 없고 그냥 그랬다. 그런데 어느날 학교에서 문방구에 갔다가 뒤에 오는 친구들을 놀리겠다며 지하계단에 숨은 적이 있다. 그 때 우리집에 놀러왔던 친구가 계단에 앉아서 하는 말을 옅들을 수 있었다. “걔네집 거지야”. 나는 그 녀석에서 바로가서 우리집이 거지가 아니라고 따지지 못했고 나중이 되어서야 그때 너가 그 이야기 할 때 아래에서 듣고 있었다 라며 이야기 한게 전부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석이 뭘 안다고 그렇게 말했을까 싶기도 하고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그러지도 않을테지만, 어린시절의 나에겐 꾀나 큰 충격이었다. 그 날 저녁 가족들과 밥을 먹으며 그 이야기를 꺼냈고, 네 가족이 모여앉은 좌식 식탁에서 나는 끅끅거리며 한참을 울었다. 아무런 상처가 없던 나는 그때부터 상처받기 시작했다. 그래서 인지 그 이후로 친구를 집으로 불러서 논다거나 집앞에서 만나거나 한 일은 20살이 넘은 성인이 되고서부터 조금씩 할 수 있었다. 그 순간에도 이 친구가 우리집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다. 아마 그 이후로 부모님은 군인아파트가 아닌 다른집을 알아보기 시작한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부모님은 그 조그마한 꼬마녀석 때문에 어린시절의 나처럼 큰 상처받았을것 같다.

 나는 사랑을 주는 방법이 남들과 달랐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줘도 부족하다 싶었고 상대방의 거절 표현이 그냥 하는말이다 넘겨짚으며 상대방의 상황에 맞는 그리고 언젠가는 쓰일 것들을 마구 선물했고 불편함을 표현해도 뭔가 주고싶었다. 이것 역시 어린시절 겪었던 일 때문이었다. 밥을 먹을 때면 내가 싫다고 해도 밥 숫가락에 생선을 올려주고 두번 세번 싫다고 해도 계속 올려주는 아버지가 계셨다. 결국에는 화가 치밀어 올라 큰소리를 내기도 했고 밥맛도 사라지고 그런 아버지가 싫었다. 아버지는 지금도 밥먹을 때면 이거먹어라 저거먹어라 소리를 세네번 이상 하시고 노파심에 나오는 잔소리 및 자신의 스토리를 세번 네번 다섯번 무한 반복하신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상대에게 마을을 표현할 때 뭔가를 계속 주고싶고 괜찮다고 해도 주고싶은 마음이 있고 또 그렇게 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별을 하고난 후 깨닫게 되었다. 그사람도 나처럼 실증이 났을거다. 내가 아버지에게 받았던 그 서툰 자식 사랑을 그대로 배워서 남에게 서툰 사랑으로 배풀고 있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없이 내 마음만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이럴때 해볼 수 있는 것은 당시의 상황을 제 3자 입장 또는 상대방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서 이해한다면 극복이 어느정도 가능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스무 살이 되자마자 군대에 입대하여 20년이 넘게 군인으로 성장해온 아버지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도 못했고 일반적인 사고를 가지는데에 엄청난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거다. 또한 내가 느꼈듯이 스무 살이 넘었다고 해서 정서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아닌만큼 아버지 역시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자신을 감추며 자라왔기때문에 서툰것이 많았다. 그리고 남자라서 울면 안된다. 군인으로서 강직해야 한다는 시선과 의무는 그를 감정표현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만들었을 것이며, 군부시절 가혹행위와 어쩔 수 없는 지시에 따라 폭도아닌 폭도들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손발톱을 모두 뽑고 사지로가는 기차에 올랐던 어린 육균 장교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그가 왜그렇게 가족에게 감정표현이 서툴고 말하지 않아도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랐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발견한 어린시절의 상처와 경험은 나를 화나게도, 슬프게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완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부모님도 서툰 어른이었고 그렇게 서툰 부분이 많은 부모가 되었다. 그들 역시 부족한 성장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식을 사랑하고 보살피며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그런것을 받아들이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위해 이를 인지하고 바뀌고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어머니에게서는 그런것이 느껴질 때가 있지만 아버지는 여전하시다. 나역시 서툰 사람이지만 서툰것을 배워온 만큼 나를 되돌아보고 좀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싶은 마음에 책을 읽었고 내 어린시절 울림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  지금 내가 고민중인 또하나의 어린시절 상처는 부부싸움이 일어났을 때 종종 어머니가 짐을 싸서 집을 떠나는 상황을 보여주셨던 것이다. 진짜로 떠난적은 없지만 나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어디론가 가버렸을까 무서웠고 그냥 어머니가 외출만 해도 연락이 닫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울며 아빠를 찾아다니고 엄마를 찾았던 어린시절이 있다. 아마도 5살 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 인듯하다. 군부대 옆에 살았던 나는 엉엉 울면서 부대 앞에서 아빠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식때 운동장에 혼자 있게되고 엄마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눈물을 흘리곤 했다. 엄마가 언젠가 사라지지 않을까 불안했던 것 같다. 이런 경험은 성인이 된 지금 나의 어디에선가 작용하는 것 같다.  -

 위의 과정에서 언제나 내 심금을 울리고 지나온 모든 불안한 날들을 위로하는 한마디가 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굿윌 헌팅 이라는 영화에서 처음 보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처음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에도 선생님이 한 말이고, 최근에도 책을 읽으며 보게된 문장이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쉬운 말이지만 저마다의 어려움을 겪은 그리고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 3자의 입장에서 알려주거나 자신이 파악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문장 인것 같다. 그 상황이 누구의 잘못인지 인지하기가 너무나도 힘들고 모든 죄책감을 내가 안기 때문에 나에게도 누군가 저러한 말을 해줬더라면 좋았을것 같았다.. 그래서 저 짧막한 말이라도 나와 비슷한 순간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지나가는 길에 스치듯 보고서라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겪고 있는 그 일과 그 상황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것들이고 당신때문에 일어난 일도 아니며 당신이 잘못해서 그런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을 돌보며 나의 부모인 서툰 어른들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자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고싶다.

 

(뒤죽박죽 다듬지않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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