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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 여행기록 1편

여행일지 및 생각

by Loonsoo 2024. 12. 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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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는 멀었다

(할말이 많았는지 글이 기네요. 사진만 보시는거 추천) 

프랑크푸르트와 관련없는 프라하 사진

항공권이 대기 티켓이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리스팅을 했다. 카운터 직원분이 탈 수 있을지 잘 모른다고 하셔서 한 시간 뒤에 오라고 하셨다. 언제나 느끼지만 탈 수 있는 거면 좀 들여보내주지.. 결국 타긴 했다 심장이 많이 타들어갔다. 10월 초,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연수를 많이 가는 시즌이라 빈자리가 별로 없었나 보다. 빈자리가 거기뿐이었는지 모닝캄으로 해주셨는데 나는 모닝캄이 처음이라 일반 이코노미인 줄 알고 도착지에서 나오지 않는 가방을 한참 기다렸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는 비즈니스, 모닝캄 승객의 가방이 다른 벨트에서 나오더라.. 이미 한참 전에 나와서 따로 빼둔 가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튼 독일까지의 비행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14시간 정도? 비상구 문쪽이었는데 앞으로는 넓어도 옆으로는 좁았다... 자세가 삐딱했는지 오른쪽 어깨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갑자기 머리 위에서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게 뭔가 했는데 아무래도 에어컨 쪽에 고여있는 물이 이륙할 때 흐른 것 같은데 승무원분들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걱정해 주고 신경 써줘서 감사했다. 별거 아닐 텐데 직업의식에 감탄했다. 배우자. 기종은 777인데 화장실은 중간보다는 맨 뒤 화장실에 사람들이 잘 안 오더라 그리고 화장실이 3개라서 회전율이 좋았다. 내 옆자리 아저씨는 착륙할 때 즈음 혼자 왔냐며 말을 걸어왔다. 금융권 공무원인지 논문 같은 걸 쓰고 있었고 본부장이랬다. 나에게 이 여자 저 여자 많이 만나고 환승연애든 뭐든 다 해 보라고 하셨다. 여자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그리고 무슨 일이든 안 해보면 모르니까 뭐든지 경험해보고 해 보라고 조언해 주셨다. 모든 어른들이 그런 말들을 한다. 언젠가는 쓸 일이 있고,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먹고 자고 또 먹고자고 그렇게 사육을 당하며 오후 5시 30분쯤 프랑크푸르트공항(FRA)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고 뉘른베르크로 이동하는 계획이었는데 공항에서 기차역이 생각보다 멀었고 어찌 가야 하는지 까마득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프푸공항이 좀 복잡해서 사전에 교통사용법을 좀 숙지하고 가야 하더라. 나는 계획 없이 떠났기에..-  아무튼 도무지 모르겠어서 공항에서 역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택시비는 약 13유로 정도 나왔고 5분정도 걸렸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택시가 벤츠였다. E 클!
 
 기차역에 도착후 다시 우여곡절 끝에 독일 기차 디비반을 예약했는데 6시 36분 기차가 6시 59분으로 지연되어에 여유롭게 이동했다. 그런데 52분에 출발해서 못 탔다. 어이없었다. 정신이 혼미한 나는 직원에게 문의하고 다음 기차를 탔는데 티켓을 구매했다면 시간이 다른 열차를 탑승해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 예약 좌석도 실시간으로 반영이 안됐고, 내 자리에 앉은 독일인은 너무 깊게 잠들어서 결국에는 다른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붐비는 시간이 아니면 좌석 예약은 의미가 없는듯하다. 또 하나 웃긴 건 완전 독일 남자처럼 생긴, 옷도 반바지에 재킷을 입은 남자가 술에 취해서 큰소리로 독일말을 하는데 진짜 영화에서 보던 느낌이었다. 멀쩡하게 생겨서는 술을 마시고 주정을 부리는데 취한 상태에서도 착했다. 한 시간쯤 이동하니 날이 갑자기 으스스 추워셔저 플리스를 꺼내 입었다. 열차에 혼자 앉아있는데 나 혼자 동양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굉장히 어색해서 내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뉘른부르크 첫모습

 

오후 10시쯤 경유지인 뉘른베르크에 도착했고 구글 지도를 보며 이동하니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뉘른베르크의 첫인상은 그냥 작은 요새마을 같았다. 그런데 성벽 아래로는 지하철이 다 있는..? 밤이라 그런지 엄청 쌀쌀했다 아니 추웠다. -초겨울 날씨- 들어가는 길에 그래놀라 요거트와 맥주를 하나 사갔는데 나름 먹을만했다. 맥주 오프너가 없어서 아주 힘들게 열 수 있었다. 독일 여행할 때는 꼭 오프너를 들고가기로 약속..

속숙소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였는데 어두컴컴한 성벽을 따라 사람들이 술을 먹고 있었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는 싱글침대보다 작은 침대 하나와 욕실 티비가 끝이었다. 요새마을 같은 외부와는 다르게 굉장히 현대적인 모습의 숙소였지만 좋지는 않았다. 방이 추워서 뜨거운 물을 엄청 틀어두고 수증기를 채웠지만 추웠다. 긴 이동시간에 지쳐 꿀잠을 잤다.

FLIX BUS 2층 모습

 다음날 아침, 비가 왔다. 뉘른베르크 중앙역 근처에서 플릭스 버스를 타고 프라하로 이동하는데 너무 촉박했나..? 그래도 길을 잘 찾긴했다. 아침부터 비가 오고 있었다. 처음에 버스가 미리 와있는건 아닐까 싶어 걱정했는데 정시에 딱 도착해서 가방을 싣고 바로 출발하더라. 바로 앞 편의점에서 물하나 사들고 탔는데 너무 배고팠다. 독일에서 프라하로 바로 가는 고속도로가 있는 것 같았다. 비가 와서 고속도로 모습이 우리나라나 일본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층 버스였고 네 시간 정도 걸렸다. 이동시간이 길어서 너무 배가 고팠다.. -이날 이후로 플릭스 버스를 타기 전에는 항상 간식을 챙긴다- 이층 버스에 화장실도 있고, 서로 같이 안 앉으려 해서 좋은것 같았다. 여행 초보라 백팩을 가져갈까 말까 했는데 무조건 이었다. 첫 유럽의 느낌은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 나라의 언어를 못해도 기본적으로 영어와 몸짓을 다 알아듣고 통하는 듯 했다. 유럽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붙어서 장벽이 또 한 번 낮아진 느낌을 받았다.

프라하

날씨야..?

나는 프라하 중앙역이 아닌 전 역에서 내렸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라하역에서 내렸다. 내가 묵게될 에어비앤비는 지라섹? 다리 근처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동네가 조용했지만 건물들이 모두 옛 스타일의 건물이었고 멋있었다. 이때 처음 아 유럽에 왔구나 하고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길바닥이 마치 자갈밭 마냥 작은 조각들이 깔려있어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에 많이 시끄러웠다. 안그래도 이방인 느낌을 받는 상황에서 시끄러운 캐리어를 끌고 다니려니 이목이 집중되는 것 같은 느낌에 굉장히 불편했다. -아직 유럽 적응하지 못함- 바퀴 큰 캐리어는 없나 싶었고 끌차를 끌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다. 뉘른베르크에서는 밤이기도 했고 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행의 분위기를 느끼진 못했지만 역시 메인 여행이 시작되니 느낌이 달랐다. 그냥 눈을 돌리는 모든 곳이 내가 인터넷에서 보던 유럽의 이미지였고 모든 게 이국적이고 좋았다. 한국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떨쳐버리기 위해 잘 왔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가을의 프라하 거리는 정말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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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에서 2박은 에어비앤비에 묵었는데 프라하 도시풍 건물들 중 하나였다. 정말 오래된 아파트를 이쁘게 리모델링하고 호스트가 옆에 살면서 다른 방을  에어비앤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이쁘고 좋았지만 프라하에 머무는 내내 느꼈지만 그 숙소는 유럽인 특유의 향이 강했고, 화장실을 맞은편에 두고 그 사이로 호스트와 가족들이 드나들어서 편하게 쉬거나 지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 날 이후로 호스텔을 가거나 돈을 더 써서 호텔에 묵는것으로 여행스타일이 바뀌었고, 에어비앤비 리뷰도 안 쓰고 있다.. 따뜻한 물도 사용하다 보면 차가워졌고, 일층이라 밖에서 안쪽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 들어오는 과정에 열쇠가 세개나 필요한 것이 굉장히 불편했기 때문에 좋은기억이 남지 않아서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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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도착 후 짐을 풀고 첫날 동행을 구해 프라하성에서 만났는데 한국에서 온 형, 미국에서 온 한국 누나였다. 프라하성을 둘러본 느낌은 굉장히 아기자기하게 옛날에 어떻게 저런 걸 만들고 보존하고 있을까 였다. 엄청나게 큰 성당, 그 안에 있는 그림, 전시물 그리고 천장 등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규모의 건축물이었다. 오래된 건물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내부의 장식이나 형형색색의 유리창은 정말 멋있었다. 프라하성 근처 수도원 양조장에도 갔는데 IPA와 라거를 마셔봤다. 라거가 맛있었고 흑맥주는 진짜 맛있었다. 음식은.. 맛없었다. 저녁엔 슈바인 학센 또는 족발 같은 음식을 먹었는데 진짜 엄청 물리고 별로였다.. 껍질이 고무야.

프라하 분위기?

두 번째 날 브런치카페에서 점심을 먹고 각자 일정을 소화한 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나는 프라하 강을 따라 걷기도 하고 시가지를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대중교통 없이도 주요 관광지는 하루만에 모두 다닐 수 있을 만큼 프라하의 크기는 작았다. 까를교를 지나 언덕을 올라가면 여러 대사관이 위치해 있고 프라하성 등등 어렵지 않게 주요 관광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프라하의 음식?

이번 여행에서 거의 모든 일정을 짜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한 카페에 들러 비엔나에서 묵을 호텔을 예약했다. 비엔나는 마지막 여행지 이기도 하고 프라하에서 너무 별로인 숙소를 만난 탓에 보상심리와 함께 비엔나 중앙역 근처 이비스 호텔로 예약했다. 호텔값이 장난 아니었다.. 카페에서 시켜 먹었던 펜케이크는 12유로 정도로 가격이 조금 비샀지만 뭐 얼마나 크겠어하고 시켰는데 정말 엄청 난 크기였다.. 질려서 못 먹을 만큼. 그렇지만 올라가는 소스가 수제였고 과일이 통으로 들어가서 달지않고 굉장히 상큼한 디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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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프라하 강을 중심으로 세 바퀴 정도 돌아다닌 후 저녁에 코젤 펍에 갔는데 맥주가 정말 맛있었다. 나는 라거를 선호하기 때문에 흑맥주와 일반맥주 라거를 시켜서 먹었는데 탄산과 도수가 엄청 강하지도 않고 청량감도 좋아서 음료수처럼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맥주 좋아하지만 사실 한국에서의 맥주는 내 기준 술느낌이 강해서 별로다- 오리 요리를 시켜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역시 족발은 별로였다. 첫입에 물렸다. 동유럽은 아무리 봐도 먹을 음식이 부족했다. 보니까 코젤 흑맥주는 한국사람만 먹고.. 시나몬 설탕따위 없었다. 먹다보니 코젤 일반 라거도 엄청 맛있었다. -한국에 온 이후로는 코젤 일반라거만 먹고있다- 코젤 맥주잔을 가지고 싶었는데 보니까 코젤 양조장에 가면 팔고 있다고 한다. 일반 기념품샵에서 파는 걸 보긴 했지만 내가 직접 가지 않은 곳의 기념품을 산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서 사지 않았다. 코젤 양조장은 따로 날을 잡고 프라하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 방문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검색하면 잘 나오더라. 코젤 뿐만 아니라 필스너 양조장도 프라하 근교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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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 맥주집

마지막으로 재즈바에 갔는데 피아노 치시는 분이 귀신 들린 듯한 표정과 몸짓으로 연주를 했다. 그리고 베이스를 켜는 사람은 고수의 향기가 느껴졌다.. 그렇지만 재밌지는 않았다. 프라하 하면 뭔가 재즈바도 조금 유명한 느낌이었는데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상 그냥 그렇다. 그래도 그곳에서 연주할 정도라면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이겠지.

Lesser Town Bridge Tower

프라하의 야경은 너무 멋있었다. 첫날에는 비가 와서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두 번째 날에는 날씨가 좋아져서 프라하 성과 까를교 등등 조명의 아름다움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날씨가 좋을 때 다닌 게 아니라서 낮에는 그저 칙칙하고 이국적인 도시였지만, 밤이 되니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곳으로 변했다. 나중에 좋은 사람과 꼭 다시 오고 싶었다.

다 담지 못한 야경

마지막 날 프라하에서 체스키크롬로프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러 이동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모두가 여기가 맞는지 확신이 없어서 서로 물어가며 확인했고 40분을 기다려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내 앞 건물에는 커다랗게 삼성 갤럭시 광고판이 있었고, 낮은 기온과 바람 그리고 흐린 하늘과 함께 분위기는 칙칙했고, 비둘기가 많이 날아다녔다. 프라하에 거주하는 듯한 한국냄새가 빠진 한국 사람이 지나가는 걸 보며 부러움은 잠시 들었고, 많은 사연이 있어보였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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